수많은 목숨을 거둔 손으로 이제는 더 이상 방아쇠를 당기고 싶지 않은 초로의 킬러. 그가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와 내놓은 조건은 단 하나, 조용한 방이다. 자신이 죽여 온 이들의 그림자에 이끌리듯 마지막으로 머물 방을 찾아 나선 남자와, 말없이 그를 안내하는 여성 중개인. 도쿄의 낡은 아파트에서 항구의 변두리까지, 두 사람은 소개받는 방마다 어딘가 어긋나는 침묵을 확인하며 도시의 가장자리로 점점 더 멀리 걸어 나간다. 발자국 소리와 북소리만이 채우는 흑백의 거리, 속삭임처럼 오가는 짧은 대화. 남자가 찾는 것은 정말 방일까, 아니면 삶을 내려놓을 장소일까. 그리고 그 방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