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마찌’는 일거리가 없는 상태를 뜻하는 일본식 은어. 건설 현장에서 목수로 일하는 쉰아홉의 정태는 새벽부터 내리는 비를 보고 그날 일을 공칠 것 같아 술을 마신다. 오전 9시가 안 돼 비는 그치고, 현장에선 공사 일정을 맞춰야 다음 일거리를 받을 수 있다며 서둘러 나오라고 전화가 온다. 이미 소주 여러 병을 비운 정태. 흙이 잔뜩 묻은 신발과 공구 가방을 들고 비틀대는 그에겐 택시도, 대중교통 타는 것도 쉽지가 않다. 속상한 정태는 자꾸만 술을 더 마시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한다. 만취한 채 욕설을 내뱉는 초로의 남자는 손쉽게 기피 대상으로 여겨진다. 정태의 힘겨운 출근길엔 정보에서 소외된 노인 세대, 육체 노동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함께한다. 대구에서 주로 활동해 온 연극배우 이송희의 연기가 시선을 빨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