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권이와 나는 대학 동기로 시작해 24년 된 친구다. 전공인 물리학과 무관하게 영권이는 정치를, 나는 영화를 선택했다. 영권이는 2004년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진보정당 후보로 네 번의 선거에 출마했다. 친구가 네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나는 수십 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 사이 우리는 마흔이 훌쩍 넘었고, 친구의 정치는 광장에서 골목으로, 나의 영화는 이상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영권이가 2018년 구의원 선거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2004년에 함께 했던 다큐멘터리 작업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한다. 훌라후프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영권과 창문을 닦으며 세상을 마주보겠다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