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깜빡이는 눈과 누군가 울부짖는 소리의 중첩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곧 산을 오르는 혹은 산속을 헤매는 듯도 보이는 두 여자의 움직임으로 옮겨간다. 뚜렷한 길이나 사람이 다닌 흔적도 보이지 않는 깊은 산 속, 걷고 또 걷는 둘에 대해 영화는 거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들은 일관된 이야기, 정돈된 서사적 흐름 속에서 정보와 감정을 전해주는 캐릭터가 아니며, 차라리 종종 방향 상실의 감각을 품은 채 산속이라는 공간을 헤매는 형상들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