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누군가에 의해 쓰인 것이 아닌, 사물에 의해 목격된 역사를 다룬다. 하지만 이는 특유한 세기적 발명의 순간을 기록하거나 어떤 사회 체제의 전복이라는 변혁의 시점을 기록하는 차원의 역사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의 역사는 자취가 남은 군용 지프차에서 스스로를 위무하는 남겨진 이, 늙은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군용 지프차를 타고 미지의 공간으로 떠나는 어린 신부, 혹은 군용 지프차를 타고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세 명의 여성 밴드 멤버 등 인도네시아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등장인물의 통시적인 뭉치로서의 사적 역사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미시사를 옴니버스로 엮어서 단순히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군용 지프차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강제철거로 인해 폐허가 돼버린 터전에, 남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