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귀갓길, 한 여성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의식을 잃는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낯선 방의 침대에 묶여 있고, 곁에는 새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사무라이 투구를 눌러쓴 남자가 서 있다. 남자는 이 영상이 자신에게 보내진 실제 기록이라 주장하는 만화가의 해설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조용히 선언한다. 오늘 밤 이 여인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고통을 잊게 하는 약물이 그녀의 몸에 흐르고, 남자는 기묘하리만큼 정성스럽게 자신만의 의식을 하나씩 진행해 나간다. 비명 대신 나른한 신음, 공포 대신 몽롱한 황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카메라의 시선. 어둠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그의 꽃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 방에는 그녀가 첫 번째가 아니라는 증거가 곳곳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