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 거침없이 바쁘게 살아가던 삼십 대 여성 마리케. 연인에게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받고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집에 침입한 낯선 남자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한다. 몸의 상처는 아물어 가지만 그날의 공포는 그녀의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도망치듯 도시를 떠난 마리케는 제일란트 시골의 외딴 폐가를 충동적으로 사들이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얼어붙은 집에서 홀로 겨울을 맞는다. 허물어져 가는 집을 고치며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처럼 되지 않고, 고립된 시간 속에서 두려움과 분노는 복수의 환상으로 자라난다. 곁을 맴돌며 서툴게 손을 내미는 이웃 남자 존에게도 그녀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한다.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찾아오면서 모든 것이 나아지는 듯 보이지만, 현실과 망상의 경계는 어느새 흐릿해져 있다. 마리케는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