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변호사의 아내 미리엄 올리버는 캘리포니아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지만, 아이를 원하는 남편의 기대와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 자신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어느 날 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장례식장에 들어서다 관 속에 누운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악몽에서 깨어난다. 그날 이후 미리엄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금발 가발과 붉은 블라우스, 짙은 립스틱을 사들이고, 거울 앞에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매혹과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남편이 출장을 떠난 사이 그녀는 낯선 해변 마을의 외딴 오두막을 빌리는데, 그곳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개가 그녀를 알아보고 따라다니고, 술집의 사람들은 그녀를 5년 전 사라진 여자 '샌디'라 부른다. 그녀가 춤추는 몸짓도, 즐겨 마시는 술도 모두 샌디의 것과 똑같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리엄은 점점 자신의 정체를 잃어 간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사로잡힌 것일까, 아니면 억눌러 온 또 다른 자아가 깨어난 것일까. 검은 꽃이 피어 있는 검은 집으로 이끌리며 미리엄은 샌디의 잊힌 과거와 자신의 운명이 맞닿는 지점으로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