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에서 우리는 쉴 새 없이 이동하지만, 한 장소에서 한 장소로,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의 감각은 온전히 느낄 수 없다. 감지되는 것은 단지 움직이는 속도뿐이다. 놀이공원은 안을 밖으로, 또 밖을 안으로 뒤집어 방향 감각을 교란하고 공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영화는 놀이공간의 교란이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일정한 리듬을 가진 순환적 구조 안에서 발생한다는 데 주목하며, 그 통제할 수 없는 리듬이 우리를 사로잡는다고 이야기한다. 이곳에서 시간과 공간은 직선으로 흘러가지 않고 곡선을 따라 흐르며, 순간적으로 열리거나 닫히고,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정밀하게 기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