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은 어두운 골목에 서서 데이트 앱에 좋아요를 누른다. 남자를 만나서는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간다. 그녀는 로맨스 소설 작가다. 어느 날 선배가 수연을 찾아와, 자신들을 가르쳤던 교수의 10년 전 성폭력을 고소하겠다며 수연에게 동참을 요청하자, 그녀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그 즈음 수연은 출판사의 한 젊은 여성 편집자와 미묘한 교감을 느낀다. 수연은 과연 어떤 시간을 겪게 될 것인가. <그를 마주하는 시간>은 성폭력과 이후라는 소재를 다룬 최근 한국 독립 영화들의 거의 모든 정석을 깨뜨린다. 영화는 섬세하면서도 저돌적인 방식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의 사슬을 드러낸다. 지속하다 중지하고 또 비약하기를 반복하는 도발적 흐름을 감행하는 가운데, 그 완료되지 않은 사건과 감정의 실체를 뼈저리게 포착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