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동굴에서 한 노인이 꿈과 회한, 죽은 이들을 회고한다. 카메라는 정지된 공기와 암벽의 질감을 응시하며 감독의 전작 <가마>(Gama, 2023)의 영상과 새로 촬영한 장면을 교차해 시간의 층위를 구축한다. 오다 카오리는 이 지하 공간을 부재와 죽음, 내면의 균열을 탐사하는 사유의 채굴장으로 전환하고, 현실과 기억이 포개지는 지점에서 침묵과 공간에 남은 욕망과 역사의 잔흔을 포착한다. 관찰적 카메라는 인물의 호흡과 동굴의 냄새, 소멸한 목소리의 빈자리를 기록하며, 감정의 과잉을 절제한 채 체험적 시간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