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장선)은 자신이 일하는 약국에 매일 들르는 철수(이유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철수는 약사이자 사랑의 사촌 동생인 종희(한해인)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엇갈리고, 가닿지 않는 마음과 시선. <아이 엠 러브>는 이 응답 없는 사랑, 지독한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의 절박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 처연한 엘레지, 그럼에도, 포기를 모르고 더 많이 사랑하겠노라 다짐하는 사랑에 매혹된 자의 사랑 찬가다. 말로 자신을 드러내는데 한참 서툰 사랑은 그 대신 시인 W. H. 오든의 사랑 시(時)를 제 삶의 지표로 삼고, ‘러브’라는 이름의 여인이 사랑 때문에 벌였다는 비극적 사건에 빠져들고 몰두한다. 사랑에 압도된 사랑. 과연 이 사랑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끝에 이르면, 사랑이 그토록 찾던 진공상태와도 같은 편안함에 이를 것인가. (정지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