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얼음과 실험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연대"
한때 인간처럼 보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크리처(Creature)’가 버려진 북극의 옛 연구소에 포획된다. 군사 실험 대상이 되어 냉혹한 지휘관과 의사에게 감시당하며 고통과 혼란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 속에서 청소부 마리(Marie)가 보여준 작은 친절이 크리처의 유일한 희망이 된다. 두 존재는 상처 입은 마음을 서로 어루만지며 탈출을 꿈꾸지만, 곧 강압과 폭력이 이들의 연대를 찢어놓기 시작한다.
씬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애절한 춤과 힘 있는 동작, 니체의 달 착륙 연설과도 같은 냉정한 음향이 결합돼 감각을 극대화한다. 인간과 비인간, 과학과 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크리처의 존재는 마치 Woyzeck과 Frankenstein, 외딴 한계 지점에 선 우리 자신의 초상이기도 하다.
끝없이 흘러내리는 눈부신 빙하 같은 무대 위에서, 이방인은 진정한 소속감을 찾을 수 있을까...